매매계약 후 감정평가액으로 증여세 부과? 법원 "시가 아니다"
- 분류별 세법/상속세 & 증여세
- 2025. 9. 30. 17:13
최근 서울행정법원에서 부동산 매매 후 수개월이 지나 산정된 감정평가액을 근거로 증여세를 부과한 처분이 위법하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이번 판례는 저가양수 증여의제 과세 시 '시가'를 어떻게 판단해야 하는지에 대한 중요한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 사건 개요
이번 사건의 경과를 시간 순으로 살펴보겠습니다.
토지 매매 단계 (2020년 4월)
- D씨가 자녀 및 자부가 지배주주로 있는 E회사에 경기도 광주시 소재 임야 18,070㎡를 약 40억 7천만원에 매도
- 매매가격은 개별공시지가를 상회하는 수준
- 2020년 5월 소유권이전등기 완료
감정평가 실시 (2020년 7월)
- 매매계약 체결로부터 약 3개월 후
- J은행의 담보대출 목적으로 H감정평가법인이 평가
- 평가기준일: 2020년 7월 27일
- 감정평가액: 약 72억 2천만원 (매매가의 약 1.77배)
세무서의 증여세 부과
- 감정평가액을 매매 당시 시가로 간주
- 지배주주 특수관계인 간 저가양수로 판단
- 원고들에게 총 12억 3천만원의 증여세 부과
▣ 원고의 주장
원고들은 다음과 같은 논리로 처분의 위법성을 주장했습니다.
1. 시간적 간격 문제 매매계약 체결로부터 3개월이 지난 후 이루어진 감정평가액은 계약 체결 당시 존재하지 않았으므로 법인세법 시행령상 '감정가액'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2. 토지 현황 변화 매매계약 체결 이후 약 3개월간 토지의 형질 및 이용 상황이 크게 달라졌으므로, 7월의 감정가액을 4월 시점의 시가로 볼 수 없습니다.
3. 경제적 합리성 문제 만약 감정가액을 시가로 보면, 회사에 귀속되어야 할 이익이 오히려 매도인에게 분여되는 비합리적 결과가 발생합니다.
▣ 법원의 판단
서울행정법원은 원고의 손을 들어주며 증여세 부과처분을 전부 취소했습니다. 법원이 주목한 핵심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시간적 간격의 문제점
법원은 매매계약 체결일(2020. 4. 16.)과 감정평가 기준일(2020. 7. 27.) 사이에 약 3개월의 시간적 간격이 존재한다는 점을 중요하게 봤습니다. 이 기간 동안 토지의 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변화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2. 공사 진행에 따른 가치 변동
특히 주목할 사항은 창고 신축공사의 진행 정도입니다.
- 2020년 3월: 공정률 2.4%
- 2020년 8월: 공정률 46.3%
매매계약 체결 시점과 감정평가 시점 사이에 공사가 크게 진행되면서 토지의 가치가 실질적으로 상승했습니다. 감정평가법인도 법원의 사실조회에 대해 "공사 진행 정도에 따라 감정평가액에 변동이 있을 수 있다"고 회신했습니다.
3. 매수인의 가치 상승 기여
E회사는 매매계약 이전부터 해당 토지에 창고건물을 신축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노력과 비용을 투입했습니다.
- 2019년 7월: 최초 건축허가 취득
- 2019년 10월: 공사도급계약 체결
- 2019년 12월: 착공신고 및 공사 착수
- 총 30억 원 이상의 건축허가비, 설계비, 감리비, 건축 비용 지출
이러한 E회사의 기여분이 토지 가치 상승에 반영되었음에도, 감정가액은 이를 전혀 고려하지 못했습니다.
4. 지목과 평가 방식의 불일치
매매계약 체결 당시 토지의 지목은 '임야'였으나, 감정평가에서는 '공장용지' 표준지를 비교표준지로 선정하여 평가했습니다. 이는 매매계약 체결 후 약 3개월간의 공사 진행으로 토지의 형질이 변경되었음을 반영한 것입니다.
법원은 이러한 점들을 종합하여 "감정가액은 매매계약 체결 당시 토지의 객관적인 교환가치를 제대로 반영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 관련 법령의 이해
이번 사건과 관련된 핵심 법령을 살펴보겠습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45조의5 (특정법인과의 거래를 통한 이익의 증여의제)
지배주주 등이 30% 이상 지분을 보유한 법인이 특수관계인과 현저히 낮은 대가로 재산을 양수받는 경우, 그 이익을 지배주주가 증여받은 것으로 봅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 제34조의5 제7항, 제8항
- '현저히 낮은 대가'란 시가와 대가의 차액이 시가의 30% 이상이거나 3억원 이상인 경우
- 시가는 법인세법 시행령 제89조에 따름
법인세법 시행령 제89조 (시가의 범위)
제2항: 시가가 불분명한 경우
- 감정평가법인 등이 감정한 가액
-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 보충적 평가방법에 따른 가액
▣ 세무 리스크 관리 포인트
이번 판례가 실무에 주는 시사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감정평가 시점의 중요성
매매계약 체결 당시의 시가를 입증하기 위한 감정평가는 가능한 한 거래 시점에 가깝게 이루어져야 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재산의 상태나 시장 여건이 변할 수 있어, 나중의 감정가액을 과거 시점의 시가로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2. 재산 상태 변화의 입증
만약 과세관청이 사후 감정가액을 근거로 증여세를 부과하는 경우, 거래 시점과 감정 시점 사이의 재산 상태 변화를 객관적으로 입증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번 사건에서는 공사 진행 정도, 지목 변화 등이 핵심 증거가 되었습니다.
3. 가치 증대 기여분의 기록
특수관계인 간 부동산 거래 시, 매수인이 거래 전후로 해당 재산의 가치 증대에 기여한 내용(건축허가, 공사 착수, 비용 지출 등)을 철저히 기록하고 보관해야 합니다.
4. 적정 시가 산정을 위한 사전 준비
특수관계인 간 거래 시에는 거래 시점에 적정한 시가를 산정하고, 그 근거를 명확히 확보해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개별공시지가만으로는 불충분할 수 있으므로, 필요시 거래 시점의 감정평가를 받는 것도 고려해야 합니다.
5. 증여의제 과세 리스크 검토
지배주주가 있는 법인이 특수관계인과 부동산 거래를 할 때는 저가양수 증여의제 규정(상증법 제45조의5)의 적용 가능성을 사전에 면밀히 검토해야 합니다.
▣ 마무리
이번 판결은 증여세 과세 시 '시가'를 판단하는 데 있어 중요한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단순히 사후에 산정된 감정가액을 과거 시점의 시가로 보기보다는, 거래 당시의 실제 상황과 그 이후의 변화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원칙을 확인했습니다.
특수관계인 간 부동산 거래를 계획하고 계시다면, 거래 시점의 적정 시가를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충분히 확보하고, 거래 전후 재산 상태의 변화를 객관적으로 기록해두시기 바랍니다. 이를 통해 불합리한 증여세 부과를 예방하고, 부과된 경우에도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참고 판례 및 법령
- 서울행정법원 2025. 7. 18. 선고 2024구합57941 판결
-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45조의5, 제60조
-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 제34조의5
- 법인세법 시행령 제89조
- 대법원 2005. 5. 12. 선고 2003두15287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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